월간 空間 프리츠 한센 - 폴 케홀름 회고전-

 

2024년 6월 월간 空間

 

 

 

 

 

 

- 폴 케홀름 회고전-

뜨거웠던 유월의 어느 날 경복궁 옆편에 있는 한 전시관인 유스퀘이크에 향하였습니다. 

이번 유스퀘이크에서 진행하는 전시는 덴마크 가구의 상징인 프리츠 한센 (Fritz Hansen)의 폴 케홀름(Poul Kjaerholm)이 디자인한 제품들과 아카이브 자료들, 

그의 철학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프리츠 한센이라는 브랜드와 폴 케홀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전시 소식이며, 

가구에 대한 깊은 조예가 없었던 필자에게도 흥미로웠던 내용들과 영감을 받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사전에 시간 예약을 통하여 관람을 할 수 있으며, 특정 시간에 소규모의 관람 인원이 정해져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온전히 전시를 집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제공되었습니다. 

 


 

 

 

 

이날 제가 입고 간 착장은 폭스브라더스(foxbrothers)사의 폭스시티(foxcity) 컬렉션인 

에어포스 블루 색상의 자켓과 홀랜드앤쉐리(holland&sherry)사의 에어레스코(airesco)컬렉션의 라이트 그레이 팬츠, 네이비 색상의 라운드넥 티셔츠로 스타일링하였습니다.  

 

근래 들어 한 벌의 수트를 가지고, 자켓과 팬츠를 다른 옷들과 조합해서 어떻게 입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다 보니, 조합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게 되었고, 원단에 대한 컬러와 소재에 대하여 이상적인 조합들에 대한 '개인적인 기준점'들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폭스시티는 290gms의 중량감을 지니고 있는 평직짜임의 원단입니다. 

보편적인 춘추용 수트 원단의 스펙을 가지고 있으며, 굉장히 드라이한 질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필자의 기준안에서는 모든 원단들 중에 가장 건조한 질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대한 자켓, 팬츠의 단품으로의 활용도가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려한 질감과 윤기감이 있는 원단들은 세퍼레이드로 조합해서 입기가 수월하지는 않습니다. 

단 한 벌의 수트의 착장이 이상적인 느낌으로 연출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드라이한 느낌의 원단들은 보다 수월하게 조합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다양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스타일링에 다양성과 가능성을 열어 놓을 수 있는 원단들이 옷을 입는 즐거움이 더욱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시관을 입장하는 동시에 벽에는 폴 케홀름이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와 그의 철학에 대한 내용들이 상세하게 글로 있으며, 

'PK25'의 스틸 프레임이 중앙에 자리 잡아 있습니다. 'PK25'는 폴 케홀름의 PK 시리즈 중 가장 유명한 제품으로 엘리멘트(Element)체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목재 중심이었던 덴마크 가구 시장에 스틸을 이용하여 가구를 만들어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하나의 스틸을 사용하여 이음점 없이 구부려 만들어, 소재가 가지고 있는 특성인 유연성과 단단한 내구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금속에서만 느껴지는 반사되는 빛의 아름다움과 유려한 곡선으로 가구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미적인 관점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가구 제조 공장에서는 스틸을 구부려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어려웠으며, 

대량생산을 해낼 수 있는 기술력은 더욱이나 부족했던 현실이었습니다. 폴 케홀름의 디자인에 대한 신선함은 충격적이었으나, 현실적인 부분에서 큰 장벽이 있습니다. 

결국 그는 프리프 한센을 떠나고 가구 유통사인 에빈드 콜드 크리스텐센과 함께 작업하여 PK 시리즈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이후 1982년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프리츠 한센은 폴 케홀름의 PK 컬렉션의 제작과 판권을 사들이면서, 오늘날까지 폴 케홀름의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소재를 바라보다는 그의 시선을 알아볼 수 있는 글귀입니다.

 그는 강철을 나무와 가죽과 동등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재료로 생각하였으며, 

강철에 대한 구조적인 잠재력과 강철의 표면에서 생기는 빛의 굴절이 예술적인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재료 본연의 모습과 구조적 단순화가 그의 디자인에 중심이 되는 키워드입니다. 

가구를 조립하고 분해하는 과정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명확한 구조를 만들고자 했으며, 

가구의 구조적인 요소들을 독립된 개체로 만들어, 스틸은 최고의 금속공에게, 목재는 최고의 목공에게, 가죽은 최고의 가죽공에게 제작을 나눠, 분업을 통하여 가구의 품질을 최고로 높였습니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인상적인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큰 유리통창 건너에는 경복궁의 기와들이 보이며, 우거진 초록빛의 잎사귀들이 있습니다. 그곳을 바라보며 덩그러니 한 개의 의자가 있습니다, 

그 의자는 폴 케홀름이 디자인한 'PK0'입니다. PK0은 두 가지의 합판을 이용하면서 단순화된 구조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유려한 곡선 형태로서,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착석해 보니, 기울기를 통하여 편안한 자세를 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PK0와 함께 PK4, PK11, PK20, PK33, PK91, PK33, PK15 등 다양한 라운지체어와 테이블, 스툴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작업물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 사람의 인생의 스토리, 철학을 알아야 합니다.

 

 

그저 하나의 의자로만, 가구로만 생각했던 것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단순히 하나의 제품에서, 

그 이상의 무형의 가치가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희가 만드는 옷 또한 비슷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단순히 하나의 수트, 옷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이야기, 철학이 담겨 있는 무형의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 가치를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저희가 앞으로 가져야 할 자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전시는 아쉽게도 7월 7일까지만 진행을 합니다.

프리츠 한센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있지만, 한 디자이너를 위한 전시는 분명히 특별함이 있습니다. 
 


 

 

 

수트를 입는 것이 지겨운 일이 아닌,

수트를 입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에 대하여,

공간과 함께 소개합니다. 

 


by eg0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