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空間 헌술방

시간을 팔고,

이야기가 있는 헌술방을 다녀왔습니다.

 


 

 

3년 전 우연치 알게 된 와인바틀샵이 있었습니다. 다른 바틀샵과는 세련되고 정돈된 느낌이 아닌, 허름하고 오래되어 보여 정감 가는 그런 느낌의 바틀샵이었습니다. 

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동네 한두 개 정도 있을 법한 '헌책방'같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3년이 지난 후 다시 한번 찾아갔습니다. 이전에는 작은 공간에 바틀샵만 운영하였지만,

지금은 꽤나 큰 규모의 바틀샵과 와인과 커피를 판매하는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그래도 그때 느꼈던 '헌책방'같은 정감 가는 분위기는 여전히 존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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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 특별함을 느꼈던 거는 '와인'이 아닌 '이야기'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와인'이라고 하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려 옵니다.  

와인에 대하여 알아야할.. 공부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수고스러움을 보다 설득력 있게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이 와인을 마셨을 때나, 이 와인에 대한 것들을 어떠한 글귀를 인용하여.. 혹은 느꼈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 와인을 마셨을 때, 맛을 더 나아가 다양하게 연상되는 이미지들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와인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헌술방이 새로운 터를 잡은 곳은 성북동의 한성대역 인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외관만 보게 되면, 과거에 성당이 있었던 곳으로 보여지지만, 놀랍게도 1969년에 국시집으로 오랫동안 운영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오래된 건물에서 느껴지는 따스함과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않고, 잘 보존해서 인테리어를 했습니다. 그 의도가 절실히 느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1층에서부터 3층까지 다양하게 자리들이 확보되어 있으며, 각각 공간 분리가 잘 되어 있기에 조용히 그 공간을 음미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3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낮 시간에는 커피와 디저트, 간단한 와인들을 판매하고 있으며,  5시 이후부터는 다양한 와인들과 음식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저희가 방문한 시간은 4시 정도였기에, 포트와인 한 잔과 배 무스 케이크를 주문하였습니다. 

도수가 높은 포트와인과 달달하고 녹진한 케이크의 조합은 꽤나 좋았습니다. 

때 마침 소나기가 내려서, 그 빗소리와 헌술방의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헌술방의 메인인 지하 1층에 있는 바틀샵으로 내려왔습니다. 

 

 

헌술방의 독특한 매력은 이곳에서 출발합니다. 

다양한 와인들과 헌책들도 함께 판매하는 공간으로, 앞서 설명한 와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특이한 부분은 와인을 한 병 구매해야지만,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곳에서 전개하는 헌책들이 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던 희소한 책들이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와인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주는 선물도 좋지만,  와인에 따라 다르게 글귀가 적혀있기에, 연말에 지인들에게 선물용으로 구매하시는 것도 큰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온 김에 지인을 위한 선물용 와인 하나를 구매했습니다. 

 


 

 

와인들과 함께 있는 글귀를 세세히 읽어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입고 간 수트는 V.B.C의 블랙 플란넬 더블 수트와 이너로 다크 그린 폴로 니트로 스타일링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시기쯤 되면 플란넬 수트를 입는 것을 선호합니다. 아무래도 보온적인 부분에 있어서 포근하고 따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수트 소재로는 플란넬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아무리 고중량대, 두꺼운 소모사 원단으로 만들어진 수트라도, 차가운 공기에 내 몸을 온전히 보호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건조해진 피부를 더욱 날카롭게 자극하기만 할 뿐입니다. 플란넬은 차가운 공기로부터 내 몸을 보호하기도 하며, 더 나아가 내 체온을 온전히 유지해 주고, 보드라운 원단의 질감은 피부를 자극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점 때문에 겨울철이 되면 플란넬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겨울 플란넬 수트로 따듯한 날을 보내보시기를 바랍니다.

 


 

수트를 입는 것이 지겨운 일이 아닌,

수트를 입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에 대하여,

공간과 함께 소개합니다. 
 

by egon